여드름으로 진료실을 찾은 분께 저는 세안 습관이나 화장품보다 먼저 식단을 여쭤보는 편입니다. 예전에는 음식과 여드름 사이에 뚜렷한 연관이 없다고 보던 시절도 있었지만, 최근 여러 연구가 쌓이면서 특정 식이 패턴이 여드름의 경과에 관여한다는 근거가 보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진료실에서 제가 왜 흰쌀밥과 우유, 튀김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지, 그 배경이 되는 원리를 하나씩 짚어보려 합니다.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음식이 왜 문제가 될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당부하지수가 높은 음식입니다. 당부하지수(GL, Glycemic Load)가 높은 식사는 IGF-1이라는 성장인자의 분비를 촉진하고, 이 신호가 모낭의 각화와 피지선 증식에 영향을 주어 여드름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당부하지수가 높은 음식은 대체로 이미 익숙한 얼굴들입니다. 흰쌀밥, 떡, 빵, 아이스크림, 액상과당, 피자처럼 혈당을 급하게 끌어올리는 음식이 여기에 속합니다. 딱 봐도 체중 관리에 불리한 음식들이죠. 식단을 정리하면 여드름과 체중을 함께 다스리는 접점이 생기는 셈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을 부분이 밀가루입니다. 같은 고당부하 음식이라도 밀가루(글루텐)가 든 음식은 장벽에 영향을 주어 필수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피부와 장의 상태를 따로 떼어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이 궁금하다면 피부 장벽이 왜 중요한지 정리한 글을 함께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근거가 되는 연구는 어떤 결과를 보였나
이 관계는 잘 설계된 임상 연구로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여드름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 연구에서, 3개월간 고단백 저당부하 식이를 유지한 군이 일반 식이를 한 군보다 여드름이 더 호전된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숫자 하나로 단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식이 패턴이 피부 염증 지표와 연결될 수 있다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우유와 유제품은 왜 따로 언급할까
유제품, 그중에서도 우유는 당부하 문제와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우유 자체에 IGF-1과, 여드름의 주요 유발 요인으로 꼽히는 안드로겐(남성호르몬) 계열 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여드름 발생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운동하시는 분들이 자주 챙기는 유청 단백 보충제(Whey protein) 역시 여드름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평범하게 마시는 우유 한 잔 정도로는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단백질 보충제에는 농축된 양이 들어 있어 여드름이 반복되는 시기에는 주의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근육 합성 신호가 피부에도 영향을 준다
세 번째로 보는 것이 류신입니다. 류신(Leucine)은 BCAA로 불리는 세 가지 아미노산 중 하나로, 근육 합성 과정에서 신호전달 역할을 하는 필수 아미노산입니다. 이 류신이 mTOR라는 경로를 활성화하면서 피지 합성과 모낭 각화를 촉진해 여드름을 유발하는 경로가 되기도 합니다.

류신은 소고기, 돼지고기, 가금류 같은 모든 종류의 육류에 풍부하고, 유제품과 견과류, 통밀, 현미처럼 단백질이 많은 음식에도 폭넓게 들어 있습니다.
여기까지 세 가지 축을 표로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 성분·지표 | 관여하는 경로 | 대표 음식 |
|---|---|---|
| 당부하지수 | IGF-1 상승, 피지선 자극 | 흰쌀밥, 떡, 빵, 액상과당, 피자 |
| 유제품 | IGF-1, 안드로겐 계열 물질 | 우유, 유청 단백 보충제 |
| 류신 | mTOR 활성화, 피지 합성 | 육류, 유제품, 견과류, 통밀, 현미 |
식단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여드름이 반복되는 분이라면 성인 여드름에서 염증보다 피지선을 먼저 보는 이유와 여드름이 왜 생기는지 원리를 다룬 글도 함께 보시면 흐름이 이어집니다. 본인 상태가 애매하다면 지금 채팅으로 상담받기를 통해 편하게 물어보셔도 됩니다.
기름진 음식은 어디까지 자제해야 할까

패스트푸드나 튀김류 같은 기름진 음식도 여드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피지샘을 직접 자극하는 안드로겐을 늘리고 혈중 IGF-1 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여드름이 심한 시기에는 가급적 자제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식단만으로 여드름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고 싶습니다. 식단을 조절하면 여드름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여드름이 무조건 나지 않는 것은 아니며 모든 사람에게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도 않습니다. 반응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오히려 스트레스도 여드름을 악화시키는 직접적인 요인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진료실에서 이렇게 정리해 드리곤 합니다.
- 이런 음식을 완전히 끊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아도 됩니다.
- 아예 못 먹어서 받는 스트레스가 크다면, 가끔은 드셔도 괜찮습니다.
- 대신 여드름이 심해지는 시기에는 당부하가 높은 음식과 유제품, 튀김의 빈도를 의식적으로 줄여보는 방향을 권합니다.
핵심은 완벽한 식단이 아니라, 악화 요인이 될 수 있는 음식을 알고 조절의 감각을 갖는 데 있습니다. 식단을 정리해도 여드름이 반복된다면 원인과 피부 상태에 맞는 접근이 필요할 수 있으니, 이럴 때는 채팅으로 상담받기를 통해 상태를 함께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반대로 여드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음식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References]
- Lee, Young Bok, Eun Jung Byun, and Hei Sung Kim. "Potential role of the microbiome in acne: a comprehensive review." Journal of Clinical Medicine 8.7 (2019): 987.
- Smith, Robyn N., et al. "The effect of a high-protein, low glycemic-load diet versus a conventional, high glycemic-load diet on biochemical parameters associated with acne vulgaris: A randomized, investigator-masked, controlled trial."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57.2 (2007): 247-256.
- Maarouf, Melody, Jody F. Platto, and Vivian Y. Shi. "The role of nutrition in inflammatory pilosebaceous disorders: Implication of the skin-gut axis." Australasian Journal of Dermatology 60.2 (2019): e90-e98.
글쓴이: 조민결 원장 (피부과 전문의, 대한피부과의사회 색소·여드름·주사·모발 마스터인증). 자세한 이력은 의료진 소개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최초 발행 2023. 9. 5. / 마지막 검토 2026-07-09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인의 상태에 따라 적합한 치료와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