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닝을 몇 차례 받고도 흑자가 그대로 남아 있다며 진료실을 찾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분명히 색소 레이저를 받았는데 왜 안 빠질까요?"라는 질문 앞에서, 저는 시술 횟수보다 먼저 병변의 깊이와 사용한 레이저의 파장을 되짚어 봅니다. 흑자의 조직학적 성격은 흑자치료의 조직학을 다룬 지난 글에서 정리했으니, 이번에는 그 성격을 바탕으로 레이저를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흑자는 결국 멜라닌의 문제입니다
다른 색소성 질환과 마찬가지로, 흑자 역시 멜라닌이라는 색소가 늘어난 상태입니다. 그래서 치료에는 멜라닌을 표적으로 삼는 파장의 색소 레이저가 쓰입니다.

임상에서 흔히 언급되는 파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파장 | 대표 레이저 | 특징 |
|---|---|---|
| 532nm | KTP | 멜라닌 흡수가 가장 높은 편 |
| 694nm | 루비 | 색소에 대한 선택성이 좋음 |
| 755nm | 알렉산드라이트 | 상대적으로 깊은 침투 |
| 1064nm | Nd-YAG | 가장 깊은 침투, 토닝에 활용 |

이 가운데 멜라닌에 대한 흡수율이 가장 높은 파장은 532nm입니다. 대략 755nm의 2~2.5배 수준으로 알려져 있죠. 물론 파장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지는 않지만, 우선은 이 정도로 기억해 두면 좋겠습니다.
토닝만으로는 표피 구조까지 바꾸기 어렵습니다
지난 글에서, 흑자 부위에서는 표피를 이루는 각질형성세포(keratinocyte)의 비정상적인 증식이 나타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 변화가 뚜렷하지 않은 흑자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1064nm로 다소 강하게 토닝하는 방식으로도 어느 정도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입니다. 흑자는 대개 표면의 변화가 함께 나타나는데, 이럴 때 여러 번 나눠 토닝하는 방식만으로는 표피층의 구조적인 변화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근본적인 개선이 어렵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토닝 시술의 원리 자체가 궁금하다면 레이저 토닝을 받기 전 알아두면 좋은 이야기도 함께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표피 병변인데, 왜 깊이를 따질까요?
기본적으로 흑자는 표피성 병변입니다.

그런데 표피능선이 아래쪽으로 내려오면서 진피 상부까지 더 깊숙이 자리를 잡는 경우가 있습니다.

재발을 줄이려면, 피부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 긴 파장의 레이저가 깊은 흑자 병변까지 다루기에 유리합니다. 다만 침투 깊이를 결정하는 요소는 파장만이 아닙니다.
- 파장 — 길수록 대체로 더 깊이 도달합니다
- 펄스지속시간(pulse duration) — 에너지가 조직에 머무는 시간
- 조사강도(fluence) — 단위 면적당 전달되는 에너지
이 세 가지가 함께 얽혀 실제 도달 깊이를 만들어 냅니다.
그렇다면 가장 긴 파장이 정답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효과적이면서도 부담이 적은 흑자 치료의 핵심은, 필요 이상으로 깊게 가지 않고 딱 원하는 깊이만 다루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흑자 병변의 실제 두께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고된 자료에서 가장 얇은 흑자 병변은 약 0.05645mm, 가장 두꺼운 병변은 약 0.20782mm였습니다. 이 깊이를 손 감각만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파장에 따른 침투 깊이를 함께 놓고 보면,

532nm만으로도 이 두께를 충분히 커버하고 남습니다. 게다가 멜라닌 색소만 골라 표적으로 삼을 수 있어, 주변 조직에 대한 부담이 줄어드는 이점도 있죠.

파장을 고를 때 혈관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흑자는 일반적으로 혈관이 증식해 있는 소견을 함께 보입니다. 그래서 표피성 변화를 없애겠다고 강한 에너지로 표피를 한 번에 날려 버리면, 표피세포뿐 아니라 혈관까지 손상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혈관 손상은 곧 염증 후 색소침착이나 기미 악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색소를 지우려다 오히려 새로운 색소 문제를 만드는 셈이죠.
이런 이유로, 표피와 상부 진피층을 비특이적으로 태워 버리는 CO2 레이저나 Er:YAG 레이저로 흑자를 다루는 방식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봐야 합니다. 흑자와 검버섯을 구분하는 관점이 궁금하다면 검버섯과 헷갈리기 쉬운 색소질환 이야기도 참고가 됩니다.
그렇다면 혈관은 건드리지 않고 멜라닌만 정확히 없애면 가장 좋을 텐데요. 앞서 532nm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씀드렸지만, 여기에는 짚어야 할 단점이 있습니다.

532nm는 694nm나 755nm에 비해 헤모글로빈에 대한 흡수도가 매우 높습니다. 실제로 혈관 치료에 쓰일 정도예요. 즉 532nm로 흑자를 다루면 멜라닌뿐 아니라 혈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럼 루비 레이저가 답일까요?
혈관을 덜 건드린다는 점만 보면 694nm 루비 레이저가 가장 적합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루비 레이저에도 짚어야 할 약점이 있습니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영구적인 색소저하반을 남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1064nm 토닝 — 표피 구조 변화가 뚜렷한 흑자에는 한계가 있음
- CO2·Er:YAG — 혈관 손상과 색소침착 위험으로 신중해야 함
- 532nm — 멜라닌 효율은 높지만 헤모글로빈 흡수도 함께 높음
- 694nm 루비 — 혈관 부담은 적지만 색소저하반 우려
결국 어느 한 파장이 모든 흑자의 정답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병변의 깊이와 혈관 상태, 표피 변화 정도를 함께 놓고 파장을 고릅니다.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같은 흑자라도 방향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가는지는 레이저 이야기 다음 편에서 리팟 레이저와 함께 이어서 다뤘습니다. 오아로피부과에서 실제로 흑자를 다룰 때 쓰는 리팟레이저의 접근도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내 흑자가 토닝으로 지워지지 않았던 이유가 궁금하시다면, 시술 횟수를 더 늘리기보다 병변의 성격부터 함께 살펴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채팅으로 상담받기글쓴이: 조민결 원장 (피부과 전문의, 대한피부과의사회 색소·여드름·주사·모발 마스터인증). 자세한 이력은 의료진 소개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최초 발행 2024. 8. 12. / 마지막 검토 2026-07-09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인의 상태에 따라 적합한 치료와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