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난치성 주사 피부염 앞에서 제가 장을 함께 살피는 이유

홍조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때, 장 건강과 생활습관이 얼굴 염증과 함께 얽혀 있을 수 있다는 관점을 진료실 경험으로 풀어드립니다.

난치성 주사 피부염 앞에서 제가 장을 함께 살피는 이유
Table of Contents

난치성 주사 피부염을 오래 진료하다 보면, 얼굴만 들여다봐서는 답이 잘 나오지 않는 분들을 만납니다. 국소 치료를 성실히 이어가는데도 홍조와 염증이 반복될 때, 저는 진료실에서 조심스럽게 장(腸) 이야기를 꺼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발표된 연구들이 주사 피부염을 비롯한 염증성 피부질환을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씩 바꾸어 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image

image

주사 피부염은 정말 얼굴만의 문제일까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주사 피부염이 없는 사람에 비해 이를 가진 사람에게서 자가면역질환이나 알레르기성 질환이 상대적으로 더 자주 동반되는 양상이 보고됩니다. 물론 개인차가 있고 모든 환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이런 자료들이 쌓이면서, 주사 피부염을 단순히 얼굴에 국한된 질환으로 보기보다 전신적 맥락에서 이해하자는 주장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image

여기서 요즘 부쩍 주목받는 개념이 마이크로바이옴입니다.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 군집이 건강 상태를 좌우한다는 연구가 다양한 분야에서 이어지고 있죠.

image

장 건강과 피부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피부과에서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활발합니다. 장 건강과 장내 세균의 상태가 여러 피부질환의 발생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고, 장내 세균에 불균형(Dysbiosis)이 생기면 피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학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장이 안 좋으면 피부도 뒤집어진다"는 옛말이, 어쩌면 괜한 소리는 아니었던 셈입니다.

그렇다고 기존에 강조해 온 요소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악화 인자와 정신적 스트레스는 여전히 주사 피부염에 영향을 주는 기본 축입니다. 아래 그림에 지금까지 여섯 편에 걸쳐 다룬 내용을 한자리에 모아 두었습니다.

image

증상과 원인, 생활습관을 아직 정리하지 못하셨다면 주사 피부염의 증상을 다룬 1부원인을 짚은 2부를 먼저 읽어 두시면 오늘 글의 맥락이 한결 잘 잡힙니다.

image

SIBO와 장누수증, 무슨 일이 벌어지나

장 문제 가운데 특히 눈여겨보는 것이 소장내 세균 과다 증식, 곧 SIBO(Small Intestinal Bacterial Overgrowth)입니다.

image

SIBO가 생기면 장내 세포벽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장벽 세포를 단단히 붙잡고 있던 타이트정션(tight junction)이 헐거워집니다. 이렇게 장벽이 느슨해진 상태를 장누수증(Leaky gut syndrome)이라 부르며, 벌어진 틈으로 각종 독소와 유해물질이 몸 안으로 새어 들어와 전신적인 염증 반응을 일으키게 됩니다.

image

그 여파는 장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관절, 신경계, 피부까지 전신에 걸쳐 다양한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전신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당독소(최종 당화 산물, Advanced Glycation End-products)와, 장내 유익균이 먹이로 쓰는 탄수화물인 MAC(Microbiota-Accessible Carbohydrates)를 다룬 논문도 꾸준히 발표되고 있습니다.

원인의 얼개가 잡혔다면 방향도 보입니다. SIBO와 장누수증, 그리고 당독소를 부추기는 요인을 교정해 나가면서 증상의 호전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죠. 반복되는 홍조로 지치셨다면 지금 채팅으로 상담받기를 통해 지금 상태에 맞는 방향을 함께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위산을 지키는 생활습관부터

의외로 출발점은 위산입니다. 위산이 지나치게 떨어지면 소장 환경이 흐트러지기 쉬운데, 다음과 같은 습관이 위산 저하를 막는 데 도움이 됩니다.

  1. 음식을 가능한 한 오래 씹기
  2. 식사 전후 30분간 되도록 물을 마시지 않기
  3. 밥을 물이나 국에 말아 먹지 않기
  4. 홍초액 같은 식초 희석액을 곁들이기

image

참고로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을 오래 복용한 경우 주사 피부염의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자가 판단으로 끊기보다 주치의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줄일까

식이의 핵심은 MAC 가 풍부한 음식을 늘리고 당독소가 많은 음식을 줄이는 데 있습니다. 정제 탄수화물에는 장내 유익균이 이용할 MAC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 자주 간과됩니다.

늘리면 좋은 방향줄이는 편이 나은 방향
MAC가 풍부한 통곡물 채소 콩류흰쌀 밀가루 같은 정제 탄수화물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식이섬유고온 조리로 당독소가 많이 생긴 음식

이런 방향은 하루아침에 성과가 나지 않고, 개인의 소화 상태와 기저질환에 따라 맞춤이 필요합니다.

약물과 검사는 어디까지 고려하나

소장내 세균 과다 증식이 의심되는 경우, 전문의 판단 아래 리팍시민, 미노신, 독시사이클린 같은 항생제나 플루코나졸 같은 항진균제, 메트로니다졸 같은 항원충제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진료를 통한 개별 판단이 전제이며, 반응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또 위산이 저하되거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증식하면 장누수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헬리코박터 검사를 해 보고, 확인될 경우 제균 요법을 검토하기도 합니다.

image

위산이 낮은 편이라면 베타인 HCL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다만 건강기능식품이나 보조제 형태로 접할 수 있더라도, 복용 여부는 본인의 위장 상태를 확인한 뒤 상담을 거쳐 결정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image

결국 장을 함께 돌보는 이유

장내 미생물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몫을 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소화기부터 정신 건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건강 문제와 얽혀 있다는 자료가 쌓이는 만큼,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잘 유지하는 일이 피부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늘 강조하는 두 가지를 다시 짚습니다. 스트레스 수준을 관리하고 충분한 수면을 확보하는 것. 이 역시 장내 미생물 균형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수면과 홍조의 관계가 궁금하시다면 잠이 무너질 때 주사 피부염이 함께 뒤집어지는 이유를, 피부 장벽 자체가 궁금하시다면 피부 장벽 이야기를 이어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음식과의 관계는 주사 피부염과 음식을 다룬 3부에 더 자세히 정리해 두었습니다.

기능의학적 접근이 아직 모든 피부과 의사에게 주류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난치성 주사 피부염과 분명한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에, 여섯 편의 마지막 주제로 이 이야기를 골랐습니다. 홍조가 쉽게 가라앉지 않아 방향을 다시 잡고 싶으시다면 채팅으로 상담받기를 눌러 편하게 물어봐 주세요.

주사 피부염으로 오래 고생하시는 분들께 이 시리즈가 조금이나마 방향을 잡는 데 보탬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참고 문헌

  1. Kim, Hei Sung. "Microbiota in rosacea."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Dermatology 21.1 (2020): 25-35.
  2. Daou, Hala, et al. "Rosacea and the microbiome: a systematic review." Dermatology and Therapy 11 (2021): 1-12.
  3. Woo, Yu Ri, et al. "Updates on the risk of neuropsychiatric and gastrointestinal comorbidities in rosacea and its possible relationship with the gut-brain-skin axis."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 21.22 (2020): 8427.
  4. O'Sullivan, Julie N., et al. "Protecting the outside: Biological tools to manipulate the skin microbiota." FEMS Microbiology Ecology 96.6 (2020): fiaa085.

글쓴이: 조민결 원장 (피부과 전문의, 대한피부과의사회 색소·여드름·주사·모발 마스터인증). 자세한 이력은 의료진 소개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최초 발행 2023. 3. 27. / 마지막 검토 2026-07-09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인의 상태에 따라 적합한 치료와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